"한국기업이 탄소중립 위한 시급한 과제는 신재생에너지 비율 높이는 일"

류상영 연세대 교수,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214호에서 강조

휴먼뉴스 승인 2024.05.09 08:55 | 최종 수정 2024.05.09 08:56 의견 0

한국기업이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재생에너지 비율 높이는 일이라고 류상영 연세대 교수가 9일 발행된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214호에서 강조했다.

류상영 교수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214호는 '탄소중립과 한국기업: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과 전략'이라는 류상영 교수의 연구보고서를 게재했다.

다음은 류교수의 연구보고서 요약이다.

끓는 지구는 세계 모든 곳에서 인류의 일상생활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미미하고 지구의 온도는 더 급속히 상승 중이다. 2050년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선언한 2015년 유엔기후변화 협약의 목표는, 이미 지구 온도가 1도 이상 상승함으로써, 실패할 우려가 있다. 뜨거워진 지구가 해수 온도까지 끌어올려 수억 년 지속된 빙하의 생태계까지 파괴되고 있다. 회의는 춤추고 실행은 더딘데, 기온 상승 속도는 무서울 정도이다. 이산화탄소에 국한된 탄소중립을 넘어, 모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겠다는 넷제로 실현이 발등의 불이 되었다.

한국의 탄소중립을 둘러싼 논쟁들

탄소중립 해결 방안과 한국의 현실을 둘러싸고 아래의 몇 가지 쟁점들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1) 과연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규범이 순조롭게 진전될 것인가?
파리협약의 진전으로 국제적인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반면, 선거 등 국내정치 일정과 경제적 비용을 고려하여 각종 규제와 목표 일정이 지연되는 움직임이 없지 않다. 심지어 이 분야의 선도자로 알려진 EU 국가들에서도 최근 다양한 타협안이 제시되고 있다.
2) 강해지는 국제규범에도 불구하고, 기대처럼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지와 합의의 부족, 약한 강제성, 그리고 빈약한 기후기술 때문인가? 아니면 자연의 사이클이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인가?,
3) 한국정부가 제시한 국가별 달성 목표(NDC)나 ‘카본 프리 정책’ 등은 국제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NDC 조정이나 원자력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전략에 대하여 국내외적으로 평가와 전망이 엇갈린다.
4) 한국의 주요 수출기업들이 탄소중립 규범을 우회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인가? <RE100>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차원의 규범준수 일정과 별도로, 주요 산업 및 기업의 공급망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지키지 않을 수 없는 조건과 일정이 바로 코 앞에 와있다.
5) 한국의 자발적 탄소시장이 발전하고 국제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데이터, 인력, 금융, 투자 등에 있어서 한국의 현실과 이상에 대한 다양한 쟁점과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제규범화와 파리협약 6조: 분화되는 탄소시장

2023년 말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8)>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규범화를 가속화하였다. ‘에너지 부문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이라는 단어가 유엔 문서에 최초로 채택되었다. 폐막을 하루 미루면서까지도 화석연료의 ‘점진적 퇴출’에서 약화된 ‘전환’으로 타협된 것인데, 이는 현재 198개 당사국들이 갖고 있는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AE 컨센서스’에 담긴 합의 내용들, 즉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 및 에너지효율 2배 증대,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등 저탄소 기술 가속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등은 어느 정부나 기업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들이다. 한편 2021년 <글레스고 기후회의(COP26)>에서 채택된 파리협약 제6조는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배출자에게 지불하도록 하여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시장메카니즘을 구체화하였다. 이에 기초하여 탄소시장을 위한 구체적 방법이 개발되어 실행되고 있다. 탄소시장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국가나 기업이 거래소를 통해서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탄소시장은 크게 규제적 탄소시장과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나뉜다. 규제시장은 정부에 의하여 할당받은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으로서 허용량을 강제적으로 지켜야 하는 시장이다. 정부는 UN에 약속한 NDC를 기초로 기업 등에 배출허용량을 할당한다. 자발적 시장은 민간기업이나 사회조직이 정부 규제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탄소 크레딧(credit)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사실 탄소배출권 제도는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자발적 시장도 1989년 Applied Energy Service의 탄소 상쇄(Carbon Offset) 프로그램에서 처음 시도되었으며, 2003년 시카고 기후 거래소가 설립되어 몇 년간 운영된 바 있다. 그러면 왜 지금까지 기후대책의 효과가 기대에 비해 저조한 것일까? 규제적 탄소시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파리협약과 감축목표(NDC)는 모든 회원국이 지켜야 할 제도이지만, 아직 국가간 충분하고 구체적인 합의가 없고 실제로 지키지 못했을 때 제재 수단도 없다. 실제로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등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가들이 2030년까지 NDC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달성 못했을 때를 대비한 논의가 없다.

그렇다면 규제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의 대안으로서 자발적 시장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cosystem Marketplace Report에 의하면 자발적 시장의 규모는 2030년까지 한해 500억∼3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 분석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자발적 시장의 규모(19억달러)는 규제시장을 포함한 전체 탄소시장의 거래 규모의 2%에 불과하고, 2022년 기준 거래가격도 톤당 7.37 달러로 낮은 편이다. 현재 자발적 시장은 규제시장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고, 자발적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많은 제도들이 보완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발적 시장의 의미와 역할은 절대 과소평가될 수 없다. 지지부진한 규제시장을 활성화할 촉매제로서 자발적 시장이 부상하였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두 시장을 결합하여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ESG 차원에서 투자자나 고객들의 요구에 호응함과 동시에, 미래 탄소시장에 선제 대응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탄소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과 펀드들이 기후기술 개발은 물론 탄소시장에 대한 금융상품 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지 오래이다. 이처럼 두 개의 축으로 분화되고 있는 탄소시장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에게 새로운 혁신과 경쟁의 블루오션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 엇갈린 행보, 초보 단계의 자발적 탄소시장

한국은 온실가스 상위 배출국이면서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낮다. 한국기업은 수출비중이 높은데다 탄소중립에 선두주자인 글로벌 기업들이 설계해 놓은 규범과 규제속에서 경쟁하고 생존해야 한다. 한국은 그야말로 탄소 감축은 속도를 내어야 하고, 수출은 지속해야 하는 이중의 도전에 처해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였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야심 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진전은 적었다, 2022년 윤석열 정부는 전체 NDC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산업부문의 목표를 14.5%에서 11.4%로 낮추었다.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고 한국 산업 구조가 갖고 있는 현실적 한계를 반영한 수정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2022년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세계 9위로 전세계 배출량의 1.65%를 배출하고 있고, 메탄 등을 포함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는 세계13위로 전체 배출량의 1.35%를 배출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설비, 재료, 에너지 등 탄소배출이 많은 분야에 산업과 수출 비중이 높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5.1%에 불과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은 세계 19위에 머물러 있다. 기후변화대응지수에 의하면 2024년 한국은 모든 당사국 중 64위로 “매우 저조한 국가”로 평가받았고, 전년도에 비하여도 4단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2030년까지 전력 전체 중 재생에너지 목표도 30.2%에서 21.6%로 축소되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카본 프리 개념을 사용하면서 원자력 육성 정책에 힘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줄어든 것에는 이같은 정책변화도 무관하지 않다. 물론 2023년 12월 2일 두바이 기후회의(COP28)에서도 원자력을 제한적으로 활용하자는 선언이 있었고, 2024년 3월 브뤼셀에서 열린 2024 원자력 정상회의에서도 원자력의 역할과 잠재력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와 보호주의 광풍 속에서 비용상승과 국내 이익단체들의 압력 등 국내 정치적 배경이 작용한 결과이다. 하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원자력을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는 않은 상태이고,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EU의 택소노미와 같이 핵폐기물 처리 시설 완비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전략이 국제적 신뢰를 얻고 주요 기업들이 이를 수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한편, 한국은 2015년에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시작하였고, 현재 약 700여개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는 규제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10,0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여 2005년 탄소배출권 시장이 시작된 EU에 비하면 한국은 많이 늦은 편이다. 현재 한국은 배출권거래제도 제3기를 맞고 있지만, 거래 건수나 액수에서 성과가 많지 않아 온실가스 감축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였다. 산업별 프로젝트별 이행 비용도 제각각이어서 기업의 감축 유인도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파리협약 제6조에 의거하여 현재까지 베트남, 몽골을 포함한 10여개국과 양자협약을 마쳤으나, 실제 감축 프로젝트 개발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한국은 베트남 등에서 이미 많은 탄소거래와 상쇄 실적을 거둔 일본이나, 자발적 시장의 아시아허브를 준비중인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쳐진 편이다.

다른 한편, 아직까지 한국의 자발적 탄소시장은 아주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리너리(Greenery)의 <팝플(Pople)>과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 산하 탄소감축인증 거래 플랫폼 센테로(Centero) 등이 자발적 탄소거래 플랫폼으로 탄소감축을 인증하고 크레딧을 발급하고 거래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의 <아오라(AORA)>는 비영리적 플랫폼으로서 중개거래를 지향하고 있다. 이외에도 에코아이, 윙클 등이 파리협정 6조에 근거한 규제시장에서 해외 온실가스 감축 및 상쇄, 그리고 탄소거래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20여년전부터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로컬 컨설팅업체도 있지만, 크레딧 발급과 관련 금융상품 및 투자 등의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 ODA 실행의 일환이거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거래시장으로 작동하기에는 연구 및 운영 인력, 데이터, 금융상품, 투자, 회계, 노하우 등 많은 항목에서 갈 길이 멀다.

기업간 무역과 경쟁의 무기로서의 탄소중립

전 지구적으로 정부차원의 NDC 달성이 낙관적이지 않고 규제시장도 느리게 진전되고 있다. 또한 돈의 흐름에도 약간의 조정이 감지되고 있다. 2020년에 Climate Action 100+(2017년에 설립된 투자자 중심의 탄소중립 네트워크로 현재 700여개 이상의 글로벌 투자자가 참여 중)에 가입하고 큰 기후변화 투자펀드를 조성하여 기업들의 기후 대책을 압박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블랙록이나 골드만 삭스가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 일부 철수하였다. 과도한 조건에 대하여 미국내 기업들과 공화당의 반발이 작용하였다고 알려졌다. 또한 2024년 3월 13일 EU 의회는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반발로 타이어나 브레이크 등 자동차 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EURO7)를 애초보다 완화하여 발표하였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은 국제규범을 아직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국익을 위해서 상대국에게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EU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국경조정제(CBAM), 프랑스판 IRA인 녹색산업법(Loi Industrie Verte) 등이 대표적이다. 2023년 11월 19일 미국 공화당 상원이 발의한 외국오염물질세(Foreign Pollution Fee Act) 법안은 미국 내 생산 제품의 탄소집약도 평균과 수입품의 탄소집약도 평균 격차에 비례하여 탄소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서 한국 기업에게는 또 다른 탄소 관세장벽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큰 비용부담에 소극적인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게 탄소중립은 무역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신무기가 되고 있다. UN 및 공공 부문의 현실과 별도로, 해당 기업들은 이미 필수 요건을 충족하고 해당 산업과 기술의 국제규범을 더 강화하고 주도하는 방향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The Climate Group이 2014년에 시작한 RE 100이다. RE100 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여 넷제로를 앞당기자는 캠페인이다. 2024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428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한국은 3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애플(2021), 구글(2017), 마이크로소프트(2014) 등은 이미 목표를 달성하였고, HP와 GM도 각각 2025년 2035년을 목표 달성의 해로 설정하고 있다. 한국의 아모레 퍼시픽은 2025년, 현대자동차는 2045년, 삼성전자는 2050년을 목표 달성의 해로 계획하고 있다. The Climate Group의 분석에 의하면, RE100 회원사 전체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평균은 49%인데, 한국 회원사는 2%에 불과하다. 주요 전력 수요가 데이터센터 운영 전력 정도이고 실제 부품 공장은 해외에 많이 있는 미국의 주요 글로벌 업체들에 비하면, 한국의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등은 RE100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구조적인 어려움이 크다. 수많은 부품업체가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단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고, 그 많은 거래업체들이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공헌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조그만 민간 캠페인으로 시작된 RE100은 이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기업간 경쟁이 유발되면서 단시일내에 무엇보다도 더 강력한 국제규범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참으로 커다란 나비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리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미 3년 전에 스코프2에서 탄소중립을 완성한 애플은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홍보영상 <Mother Nature>를 통해 넷제로 기업으로서의 실적과 미래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팀 쿡 회장까지 직접 출연하여 2030년까지 모든 공급망과 거래처에게 생기는 탄소발자국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한국기업이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 메모리 칩과 OLED 패널 등 약 30%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기업에게는 무엇보다도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한국기업이 RE100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2040년 기준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출이 각각 15%, 31%, 40%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마이크로 소프트는 RE100은 이미 달성하였고, 2030년까지 폐기물 제로화를 선언하였다. 이는 전자제품 재활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제로로 하겠다는 선언으로서, 사실상 다운스트림 스코프 3 방침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24/7 카본 프리 에너지 달성을 공언하고 추진하고 있다. 24/7CFE는 언제나 모든 공급망 단계에서 청정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약속으로서, RE100보다 더 높아진 기준이다.

이처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주주 및 소비자의 높아진 요구에 호응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등의 조건들에서 우위에 있는 이들은 기업에 적용될 탄소중립 국제규범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지배력은 관련 제품 및 기술의 공급망을 재편하거나 경쟁기업을 약화시키고자 할 때 언제라도 동원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전 과정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가 확산되고 스코프 3 가 구체화된다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탄소는 돈이다

그럼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을 찾기 위하여 최근에 일어난 아래의 두 가지 현상에 대하여 다시 질문을 던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최근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수익성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울러 테슬라가 그동안 누려왔던 높은 수익성의 배경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까? 그리고 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고 거래업체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세계 최고이자 유일한 노광장비(극자외선(EUV)을 이용하여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테슬라의 사례가 탄소는 돈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사례라면, ASML의 선언은 넷제로를 달성하지 못할 때 한국기업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탈락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이다. 세계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 하락은 모든 전기차 업체에게 수익성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배경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테슬라는 2017년부터 탄소배출권 판매로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데, 2023년 3분기의 경우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이 5억 5,400만 달러에 달해 분기 순이익의 29%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테슬라가 전세계에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해당 정부가 제공한 보조금은 또 하나의 거대한 수입원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많은 경쟁업체들이 전기차를 생산하게 되어 테슬라가 경쟁 자동차업체 등에 판매할 수 있는 탄소 크레딧이 줄어들었고, 여러 국가에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거나 폐지함으로써 테슬라의 수익은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한편, 2023년 12월 12일 한국 대통령은 ASML 생산라인을 방문하고 한국에 R&D 센터를 세우기로 합의한 후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이 구축되었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7나노 이하 첨단공정용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ASML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필수불가결한 업체이다. 이들이 UN의 목표보다 10년 앞당긴 2040년까지 스코프 3에서 넷제로를 완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는 매우 충격적이다. 게다가 ASML은 해당 장비를 한국 기업들의 경쟁업체인 인텔에 먼저 제공하였고, 싱가포르 등에 이미 더 많은 투자를 한 상황이다. ASML은 2023년 연차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이 취약한 한국기업들과의 장기 거래관계에 어려움이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각자도생을 해야 할 한국기업은 ASML 장비를 제공받기 위하여,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해외로 공장을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 같은 한국기업이라도 해외공장은 기후규제를 극복한 반면, 국내공장은 수출이 불가능한 촌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이 탄소중립의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새로운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일이다. 이는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소홀히 하면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나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순수한 신재생에너지로만 탄소중립을 이미 달성했거나 더 고도의 넷제로를 추구하고 있으며, 원자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굳이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기업들이어서 그렇지 못한 한국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정확한 판단과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게다가 글로벌 기업에게 수출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탄소중립에 대한 준비가 더 뒤쳐져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요청된다.

이같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한국의 개별기업들은 탄소중립과 기후기술 혁신 등에서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더 빨리 움직이고 준비한다. 그리고 돈은 돈이 되는 곳으로 흐른다. SK 그룹은 석유제품과 배터리 제조 등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 계열사 이외에도 한국전력이나 포스코 등이 탄소를 포집하고 활용 및 저장하는(CCUS) 기술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군산 열병합발전소 내에 위치한 SGC에너지는 국내 최대이자 최초의 민간 CCUS 업체로서 연 1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액화탄소로 가공하여 재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말 국제규범에 기초하여 반도체 사업에 대한 LCA체계를 완성한 후,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완성을 위한 연구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자동차 전동화를 앞당기고 수소차를 확대하는 등 탄소중립 솔루션을 제시하였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2040년까지 차량 운행, 공급망, 사업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75% 감축하기 위한 여정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국제규범의 벽을 넘고 새로운 탄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최소한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기술혁신과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 넷제로 경제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자발적 탄소시장도 미래의 금융 및 투자 시장으로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특히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이 결합되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 즉, 인증기관, 프로젝트 참여자, 검증기관, 판매자와 구매자, 컨설팅 기업, 각종 통계 및 분석 기관, 금융 및 투자기관, 기술기업, 회계표준기관, 양자협약을 위한 외교기관, 소비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향후 국제 탄소시장에서는 탄소크레딧 이중계산, 그린워싱, 그리고 프리라이딩 등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간 기업간 경쟁과 감시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한국의 탄소경제 생태계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꾸준한 투자와 혁신이 요청된다.

(*동아시아재단은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류상영(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서 한국현대사와 정치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동아시아재단 운영이사이면서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의 editor를 맡고 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1995-2001)을 지낸 바 있으며,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와 토론토대학교의 방문교수 등을 지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관장(2004-2009)을 하면서 전시실을 개관하고 <김대중구술사>를 구축하였으며 사료 수집과 발간에 힘썼다. 이외에 <The Spirit of Korean Development>(2015), <The Political Economy of Change and Continuity in Korea>(2019) 등이 있다. 그는 역사와 정치경제를 연결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박정희와 김대중의 대화> (2022)를 출간하였다. 그는 2023년에 발표된 <EAF 프리미엄 리포트 2023: 경제안보와 기술>의 프로젝트 리더를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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